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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도 충전이 필요하다 -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김유한 2014-12-23 추천 0 댓글 0 조회 741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 글 구본권 | 한겨레신문 부설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871&contents_id=77341

 

실험 결과 뇌의 특정 부위는 실험 대상자들이 문제 풀이에 몰두할 때는 활동이 오히려 감소하는 반면 실험 대상자들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고 멍하게 있을 때는 평소보다 활성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라이클 교수는 쉬고 있을 때, 즉 뇌가 활동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일련의 뇌 부위를 일컬어 ‘휴지 상태 네트워크(rest state network)’ 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명명했다. 이는 눈을 감고 누워서 가만히 쉬고 있어도 뇌가 여전히 몸 전체 산소 소비량의 20퍼센트를 차지하는 이유도 설명해준다.

 

이는 “뇌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판단과 같은 과제를 수행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한가로이 있을 때 상당 부분이 활성화되는 이유는 무엇을 위해서일까?”라는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연구들에 따르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자아 성찰, 자전적 기억, 사회성과 감정의 처리 과정, 창의성을 지원하는 두뇌 회로다. 편안히 쉬고 있을 때만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이런 인간 고유의 성찰 기능이 명상이나 휴식할 때 활성화된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과학적 연구와 뇌 사진을 통해 비로소 확인됐다.

 

쉴 때 활성화되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평소 인지 과제 수행 중에는 서로 연결되지 못하는 뇌의 각 부위를 연결시켜준다. 스웨덴 출신의 뇌 연구자 앤드류 스마트는 이때 창의성과 통찰이 생겨난다고 말한다. 새로운 발견과 창의성은 쉴 새 없이 정보를 습득하고 판단하며 신경을 집중해 멀티태스킹을 하는 상태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뇌 활동을 멈추고 휴식하는 상태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독일 쾰른대학교 신경과학자 카이 포겔라이(Kai Vogeley)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야말로 사람을 비로소 사람답게 하는 능력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빈둥거림과 무위는 디지털 세상에서 갈수록 병립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SNS 사용자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늘 휴대하고 다닐뿐더러 사용자가 각자의 관계와 기억을 의존하고 있는 소셜미디어와 각종 앱 등 스마트폰의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에게 끊임없이 ‘알림’을 밀어넣는(push)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뇌와 연결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라는 외뇌에는 인간 뇌와 달리 무위와 휴식의 개념이 없다.

 

알림과 같은 푸시 서비스는 사람이 기술과 맺는 관계가 어떤 동기로 출발해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푸시 서비스는 달리 표현하면 ‘배달’ 서비스다. 일부러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구하러 가지 않아도 사용자 앞에 배달되는 편리한 서비스다. 신문이나 우유가 대표적인 배달 상품이다. 배달 서비스 덕분에 직접 구매하기 위해 외출할 필요가 없고 앉은 자리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편리함은 물론이고 전에 없던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생겨난다. 빈둥거릴 수도 있게 해준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푸시 서비스의 역설이 생겨나고 있다. 이용자는 직접 찾아가는 대신 앉은 자리에서 이용하기 위해 푸시 서비스를 활용하지만 여유가 생기는 대신 오히려 반대 현상에 직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알림은 여유를 가져다주는 대신 이용자의 끊임없는 관심을 요구한다. 그 때문에 사용자는 자극으로부터 벗어날 겨를이 없다. 스마트폰의 각종 앱과 SNS는 이용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푸시’를 보내 사용자에게 직접 다가간다.

 

아르키메데스나 뉴턴도 연구실이 아닌 곳에서 멍하게 지내다가 놀라운 발견을 했다. 거대한 조직을 맡아 수시로 주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지도자들 중에도 멀티태스킹 대신 무위의 시간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전설적 경영자로 불리는 잭 웰치(Jack Welch)는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 시절 매일 1시간씩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1년에 2주씩 외딴 오두막에 처박혀 지내는 ‘사유 주간’을 갖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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